하늘 높은 줄 모르고 별과 달을 향해 치솟던 패션의 자유가 멈추고 윙윙 소리를 내며 바리캉이 낯선 길을 뚫는다
구부러진 철침처럼 팔짱을 낀 사내들 자유를 벌거숭이로 만드는 순간 응달에서 웃자랐던 민둥머리 각을 세우며 찬바람이 드나든다
숨 가쁜 국방부 시간 저마다 까칠한 영혼의 뒷면이다
한 날이 그냥 스쳐가고 또 한 숫자가 넘겨지는 긴장 속에서 내심의 뼈를 추려내는 일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가 일상이었다
가로막힌 긴 철책선 저 너머 총칼로 할퀸 상처의 흔적이 있다
새들은 막힘없이 하늘을 오가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를 피해 70년 동안 철책에 갇힌 숲과 동물들
피비린내 나는 구불구불한 길 경계병은 밤낮으로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다 사내가 떠난 뒤에도 한동안 덜 깎인 고민을 물고서 바리캉은 멈추지 않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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